결혼 못하는 남자 읽은것, 본것, 들은것

일본 원작 드라마는 한 2회 정도 보다 말았었다. 그때쯤엔 일본 드라마를 꽤 열심히 봐서 조금 물리기도 했던지라 아베 히로시 하나로는 내 관심을 붙들어 두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상대역의 여의사는 일반적인 평들처럼 매우 호감이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엔 그러나 지진희와 엄정화가 나오는 한국판 리메이크를 열심히 보고 있다. 일본 여배우와 엄정화 이미지는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한데 아베 히로시와 지진희라니,,, 이거 사이즈에서부터 너무 심한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퐁당 빠져 버렸다. 내가 보았던 2회 이후로 아베 히로시가 어떻게 연기를 해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진희 또한 4차원 결벽증 강박증 환자같은 연기를 제대로 하더라. 엄정화도 지진희 때문에 붉으락 푸르락 하면서도 가끔 설레기도 하는 마음의 표현을 잘 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인 (그러나 나와는 달리 무려 골드미스인!) 엄정화의 심리선이 너무 낯익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이나이에 혼자 사는데, 비싼 마사지쯤 못받을 게 뭐람! 이라든지,,, 맘가던 남자로부터 까인 것 같은 느낌에 홧김에 소개팅을 지른다든지.. 

그런데...
엄정화 역에 감정 이입이 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지진희의 역에 동감하고 있는 내 모습은 대체 뭐냐구! 가구나 사무 용품, 심지어 이불과 일기장의 글씨까지도 모두 자로 잰듯 직각으로 반듯하게 되어 있지 않으면 신경이 쓰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내게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의식적으로 그런 성격을 버려왔고, 어떤 때는 너무 지나치게 그런 면이 사라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특히 책상에 책한권 놓을 틈이 없는 상황 등에서) 여튼 나의 일부분이 거기 있더란 말이지. 사실 어쩌면 이건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만 아는 결벽증, 정도가 심하거나 약하거나 간에 말이다. 운전하면서 차선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괴로운 사람들, 옷 주름이 정확히 대칭이 되지 않으면 심기가 편치 않은 사람들... 

이 드라마는 묘하게 매우 사실적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낀 듯한, 경험한 듯한 부분들이 많고 정말 나라도 저랬을 것 같고.. 이건 실은 일본 드라마 공통적인 특징이다. 찢어죽일 악인이라든지 모두가 동정하고픈 고난녀라든지, 혹은 거부감 일것 같은 천사표라든지,, 이런 극단적인 캐릭터보다는 좀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실제로도 그럴 것 같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 만큼 화끈한 면은 적지만, 더 잔잔하고 공감가는 장점이 있다. 
 
일본 원작과 완전 똑같은 설정이라고 비난하는 기사를 어딘가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뭐??? "한국적인" 각색을 운운하는 사람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원작은 대략의 줄거리로 히트하는 것이 아니다. 디테일이 중요해. 꽃보다 남자도 난 고쳐서 더 싫더구만...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dailynew.egloos.com/tb/5046383 [도움말]

덧글

  • 아는남자 2009/07/21 22:10 #

    아베 히로시나 지진희... 가 하는 생활... 사실 좀 좋다고 느껴요. 지진희 생활은 아직 거의못봤지만... 원작과 비슷할 테니까요... 공감입니다.
  • daybyday 2009/07/22 12:18 #

    자기가 뭘 좋아하는 지 확실히 알고 그걸 실천에 옮기는 거죠... 남이 뭐라거나 말거나..
  • rumic71 2009/10/03 17:32 #

    아베 히로시 열렬팬인데 하필 저건 못봤네요.
  • daybyday 2009/10/03 19:07 #

    아무래도 <히어로>에서 더 재밌는 캐릭터였던 거 같아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