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용 카페 생활

얼마전 YM옹과 BJ 쌤과 얘기하면서 나처럼 주거용 집과 사무실 외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꿈꾸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혼자 사는 사람은 주거용 집과 아지트가 같은 공간일 수도 있겠다. 적절히 공간구분이 된다면 말이다. 정말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을 하는 자신만의 장소를 가지는 것은 우리 셋 다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여 셋 중 이러한 로망을 실현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혼한 사람들은 배우자로부터 분리된 공간이, 미혼은 부모로부터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는 문을 닫을 수 있는 자기 방이 그저 이러한 공간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렸을 땐 실질적으로 독립과 분리에 대한 필요와 가능성, 열망이 작았던 것이고, 성인이 되면 그런 방으로 만족하기엔 너무 몸도 마음도 커버리는 것이다. 아니, 사실 언제든지 남이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방은 애초에 아지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현실에 맞는 대안은 까페를 전전하며 커피 값으로 자유의 공간을 몇 시간 사는 것인데, 이는 시간적, 금전적 제한이 있기에 자신에게 잘 맞는 곳을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의 경우엔, 먼저 적정 가격의 커피를 마심으로써 적어도 3시간 눈치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와이파이가 제공되어야 하며(삼사십분마다 끊어져서 다시 올레 같은 사이트에 등록하거나 하는 따위면 안된다!) 너무 어둡지 않아야 한다. 심하게 푹신한 소파만 있어도 안된다. 일한답시고 디스크 걸리면 안되니까. 음료 외에 케잌 같은 부수적인 주문을 안하면 눈치가 보이는 곳도 곤란하다. 뭐 일하다 보면 세번 중 적어도 한번은 배고파서라도 주문을 하게 되지만 그게 매번 눈치보이면 곤란. 난 시끄러운 것은 오케이. 그래도 강남역 모 카페처럼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시끄러운 건 물론 아웃.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주차 용이성이다. 동네에 상대적으로 맘에 드는 카페가 두 곳 있는데, A 까페는 커피 맛이 훌륭하고 아주 조용하며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사람이 많지 않다. 케잌 종류는 아예 팔지도 않는다. 그러나 와이파이가 안되고 좀 어둡고 추운 게 단점이다. 카페 B는 장소가 좁아 시끄러운 때가 많지만 아늑하고 따뜻하며 테이블 바로 위 조명이 밝다. 인터넷도 빠르다. 케잌 주문 안해도 눈치보이지는 않지만 여기 케잌을 좋아라 해서 자주 먹게 되는 점이 단점? 돈이 많이 든다는 것. 까페 A는 집에다 주차하고 걸어나와야 하지만 까페 B는 주차장이 있어 아주 편리하다. 여기까지 쓴 조건들을 비교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까페 B를 압도적으로 많이 갔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늘은 까페 A에 갔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몰려와 눈치가 보여서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길건너 까페 B로 갔는데 웬걸 문이 잠겨 있다. 주인이 마실 갔는지 원... 그래서 막연해졌다. 어딜 간다지? 이럴 때 플랜 B 가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위에 열거한 조건을 갖춘 그런 까페가 하나 더 필요하다. 아니 기분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른 분위기의 까페로 한 두어개 더 물색해 놓아야겠다. 주차가능한 데로... 앞으로 몇달은 별일이 없는 한 일이주에 한번 정도 출근하지 않고 까페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잘 골라봐야지. 도산공원 주변이나 양재천변에 햇빛 들고 괜찮은 데 없나?


덧글

  • 2013/03/21 23:3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22 12: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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