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읽은것, 본것, 들은것

어제 마틴 스콜세지의 3시간 짜리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봤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빈털털이에서 백만장자 증권브로커로 부상하고 또 추락하는 조던 벨포트로 분했다. 이 영화는 스콜세지의 1995년작 <카지노>와 비견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또다른 영화는 역시 디카프리오가 주연하고 바즈 루어만이 감독한 <위대한 개츠비>(2013)였다. 두 영화에서 디카프리오는 맨손에서 백만장자로 자수성가한 인물을 연기하는데, 그 인물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매우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더더욱, 흥미로운 패러랠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부신 자수성가의 이력, 화려하고 향락적이다 못해 퇴폐적인 파티와 그 파티를 통한 만남, 절정부에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함으로써 끝없는 추락을 겪게 된다는 결말, 이러한 외적인 얼개도 비슷하지만, 신분이든 부든 여자든 원하는 것을 얻고 소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하는 주인공의 열망 또한 두 영화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두 영화에서 이러한 열망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한때 로버트 레드포드가 가장 멋지게 어울렸던 이런 역할, 곧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고 미국적 가치를 구현하는 양키의 표상은 이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사실 <갱스 오브 뉴욕>이나 <에비에이터> 등,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를 다루는 영화에 디카프리오는 지금까지 단골로 출연해 왔다. 아니, 그러고 보니 그냥 '스콜세지' 영화 단골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지도... 어느정도 클리셰처럼 느껴지는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디카프리오는 <더 울프>에서 극단적으로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마약 및 섹스 중독자를 연기하면서도 간간히 스치는 우수어린 제스처를 통해 사실은 강렬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또한 가지고 있는 이상과 집념을 힐끗힐끗 내비치는 등 결코 평면적이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아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또한 거머쥘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최고의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나만의 착각일지는 모르지만, 영화 중간중간 젊은 시절의 미모가 되비치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어서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더라.    

영화의 러닝 타임이 세 시간이나 되는 것은 드문 일인데. 이 시간 동안 스콜세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걸 실컷 글래머러스하게 채워넣었고(심지어 코믹한 요소까지!), 디카프리오도 한 인물의 온갖 단면들을 흘러넘치게 보여주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온갖 맛있는 것을 골고루 실컷 먹어서 여한이 없는 것 같은 그런 포만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덧글

  • hilevel 2015/01/08 15:45 #

    작년 여름에 미국 출장을 다녀오다 비행기 안에서 마침 이 영화를 하고 있어서, daybyday님의 이 포스트를 생각하며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재밌는 영화였어요!
  • daybyday 2015/01/09 00:33 #

    앗, 제 포스트를 떠올려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같은 작품을 보며 공감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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