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오후 문득 생활

꾸역꾸역 번역을 하다보니 너무 덥고 답답한데 순간적으로 마음이 확 동하여 옛날에 좋아하던 노래를 몇 개 찾아냈다. Cutting Crew의 (I Just) Died In Your Arms Tonight과 Roxette의 It Must Have Been Love. 90년대 스타일의 이 노래들을 틀어놓고 의자에 기대어서 눈을 감고 있으니 답답하던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커팅크루나 본조비, 크로우, 건즈 앤 로지즈 같은 그룹들의 LP나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고 방문을 닫고 죽은 듯이 누워서 끝에서 끝까지 듣곤 했었다. 그것은 일종의 ritual이었다. 그 때는 내게 순수한 "열광"이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 LP들이 어디갔는지 모르겠는 만큼이나 그런 열광의 마음도 먼지앉은 채로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만.
 
당시 들었던 노래들 생각해보면 하나하나마다 어떤 사건과 장소, 이미지가 함께 세트로 묶여져 있다. 말로 형상화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히 변별되는 어떤 느낌을 가지고 각 노래들을 들었고,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의 특정한 장소나 행동, 말, 사람들, 나의 마음 상태가 함께 떠오른다. 어렸던 그 때는 경험하는 어느것이나 새롭고 신기하고 또 설레는 만큼 두려웠고, 그렇기 때문인지 기억도 구체적이고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누구나 이럴진대 그러므로 가령 <건축학 개론>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호응받을 수 있었던 거겠지. 다들 과거 어떤 시기 어떤 순간에 대한 OST가 있는 셈이다.             

덧글

  • 2014/07/11 22: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12 00: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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